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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리한 농·축산업 장려 실태

작성자: 엔코리아

조회: 14598 등록일: 2015-10-08

북한의 무리한 농·축산업 장려 실태   <o:p></o:p>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북한연구소 편집위원前북한 주(駐) 싱가포르 동북아시아은행 대표   <o:p></o:p>실패만 거듭해온 김씨 일가의 농·축산정책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에서 눈에 띄게 장려하는 전시성 사업 중의 하나가 바로 과도한 농·축산업 장려정책이다. 일명 ‘3산’이라고 일컫는 ‘농산, 축산, 수산’업 장려는 물론 김일성 시대나 김정일 시대 때도 경험했던 것들이다. 김일성은 ‘쌀은 곧 공산주의’, ‘쌀은 곧 사회주의’라고 이름을 바꿔달면서 농업에 관심을 쏟았고, 농사를 천하지대본이라고 입버릇처럼 외웠다. 그러나 주체농업이라는 경직되고 획일화된 농법 때문에 농사를 모두 망쳤다. 콩을 심어야 할 데 콩을 심고, 팥을 심어야 할 데 팥을 심어야 하나 옥수수혁명을 외치면서 획일적으로 옥수수를 심게 했고, 냉상모판을 외치면서 무조건 물모내기를 고집했다. 백설희 박사의 ‘기름골’ 재배가 가장 대표적인 실패사례이기도 하다. 백설희는 1960년대 중엽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를 졸업하고 농업과학원 식물학연구소에 배치된 젊은 처녀 연구사였다. 그는 시집도 가지 않은 채 처녀의 몸으로 1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기름작물 연구에 몰두하게 되며, 마침내 품종개량으로 기름골이라는 식용유 작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그 공로로 그는 1979년 김일성의 접견을 받고 단독기념촬영을 하는 ‘영광’을 얻게 된다. 1980년 10월에 열린 노동당 제6차 대회에서는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선출되었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되었으며, 노력영웅에 인민과학자,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이상들에게만 제공되는 ‘216’ 번호를 단 벤츠를 선물 받는 등 북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특권과 혜택을 부여받았다. 그뿐이 아니다. 숨은 영웅의 본보기가 된 그를 원형으로 영화 ‘열네번째 겨울’이 만들어졌으며, 전국적으로 ‘숨은 영웅들을 따라 배우기 위한 운동’이 펼쳐졌다. 또한 대성산 중앙식물원에 그의 이름을 딴 3층짜리 ‘백설희연구소’가 세워졌고, 전국 곳곳에 수십 정보(町步)의 농경지가 기름골 연구기지, 생산지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땅콩이며 감자며 하는 작물을 대거 밭에서 밀어냈던 기름골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렸다. 처음에는 꽤 우량해 보였던 작물이 점차 퇴화해 작아졌고, 너무 깊이 땅속으로 퍼져 수확에도 어려움이 컸으며, 기름도 별로 많이 나지 않았다. 백설희는 그 후 주체농법 실패 책임을 뒤집어 쓰고 ‘심화조 사건’이라는 소위 남조선간첩단 적발을 빙자한 어마어마한 숙청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기도 하였다.김정일이 제창한 대표적인 정책에는 ‘농사제일주의, 경공업제일주의, 무역제일주의’가 있다. 이외에 ‘감자농사혁명’, ‘평양시 닭 공장 현대화’, 뱀장어 양어, 타조목장건설 등도 있다. 농사제일주의 방침은 과거에 비해 이름만 바꿔달았을 뿐 큰 소득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군사제일주의, 선군정치의 군화 발에 치여 매 농가마다 할당돼는 군 지원 돼지 한 마리 차출 때문에 농민들은 등골이 휘어야 했다. 그리고 지은 농사는 수확도 하지 못한 채 논·밭떼기로 군대에 군량미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o:p></o:p>“사람들이 감자만 먹고 살겠대?”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일도 있었다. 1996년 말, 북한군 군량미가 떨어졌다고 김정일이 크게 노하여 빨리 대책을 세우라고 호령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각 당 조직들과 국가기관들이 총동원되었으며, 결국 전국 군(郡)과 리(里)에서 농촌간부들이 앞장서서 농민들이 자기들의 식량으로 남겨 놓았던 몫 가운데서 3개월분을 무조건 떼어 군대에 바치는 ‘애국미 헌납운동’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것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중앙당 비서들도 장마당에 나가 쌀을 200kg씩 사서 군대에 보냈다고 한다. 중앙당 비서들도 싫어하는 이런 착취를 북한농민들은 매일과 같이 겪어야 하니 그들이 생명을 부지하면서 살아가는 자체가 기적이라 해야겠다. 그래도 수십, 수백만의 아사자가 발생하자 김정일은 주체농법 실패의 책임을 서관히 전 농업담당비서, 김만금 농업위원장 등에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워 총살하는 방법으로 넘겼다. 그들의 죄목에는 밤나무를 모두 찍어 방풍림을 제거해 농사를 망쳤다는 황당한 것도 들어있다. 김만금은 애국령사릉에서 꺼내져 부관참시까지 당했다. 김정일의 대표적인 정책인 감자농사혁명은 어떻게 하든 수확량이 높은 감자라도 많이 생산해 부족한 식량을 대체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보관과 가공이 해결되지 않아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북한영화에서 “돼지가 풀만 먹겠다고 합데?”라고 한 어느 한 농촌 종파분자의 대사처럼 “사람들이 감자만 먹고 살겠대?”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겠다. 뱀장어 양어, 타조목장 건설, 자라·철갑상어 요리·노루고기 냉면 등도 김정일 시대 때 확산되고 양산된 신조어, 정책들이다. 군수동원총국에서 뱀장어 양어장 건설과 양어에 혁명자금을 들여가면서 앞장섰고, 39호실 산하기관들, 2호 지도국이 타조목장 건설을 책임졌으며, 외교단사업총국산하 식당과 옥류관을 포함한 특대형 식당들에서 자라요리와 철갑상어, 노루고기 냉면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김정일을 옹위하는 핵심 엘리트집단의 소비와 몸보신에 돌아갔지, 북한 일반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같았다. 소리만 요란하고 단발성의 전시성 사업이었던 것이다. 김정일은 유난히 스위스에 나가있는 리 철(리수용) 대사의 말을 잘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다른 대사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라는 직함도 주어졌다. 어느 날 그는 스위스에서는 풀만 먹이는 방법으로 소와 양을 잘 기른다는 자료를 김정일에게 보고하면서 식량사정이 어려운 북한에서도 스위스의 경험을 본받아 축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기하였다. 김정일은 즉시 이를 방침으로 하달하면서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였다. 결국 북한에서는 ‘풀과 고기를 바꿀데 대하여’라는 김정일의 노작이 생겨났고, 이 운동이 전군중적으로 전개되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중앙당 비서들은 “이것이야말로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또 하나의 천재적 창안”이라고 떠들면서 당장 비서들이 한 개 도(道)씩 맡아 사료로 쓸 풀판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지도하자고 제기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이 사업도 깡통처럼 소리만 요란했지 북한의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사람이 먹을 곡식, 풀도 모자라는데 그것을 짐승에게 먹여 고기를 해결한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전문은 2015년 월간 북한 9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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